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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과 뮤즈

봄소식 봄노래(08) 토스티의 4월

작성자이성준|작성시간11.04.05|조회수388 목록 댓글 0

봄소식 봄노래(08)

'토스티'의 <4월>

       열한 시

                                        장 옥 관

 

열한 시에 당신께 꽃을 보내네
열한 시는 당신이 눈뜨는 시간
공중을 떠돌던 먼지가 조용히 가라앉고
사철나무 새순이 반짝, 눈을 뜨는
비로소 당신이 우주의 중심이 되어
늙은 우체부의 묵은 편지를 기다리는 시간
싱크대엔 물방울이 조심스레 떨어지고
고양이 노랑눈이 화분의 그림자
동그랗게 말아 올리는
지금 당신 가슴엔 졸졸 강물이 시작되지
사각창의 흰 포플린 커튼이 부풀지
그 많은 금빛 단추를 당신은 풀어내지
유리컵의 투명한 물
조그맣게 졸아드는 오전 열한 시
당신께 꽃을 보내 드리지
서른 송이 장미꽃 당신께 보내지    

                             

 

                                                                                                                                서광범 작, <花>

 "제가 얼마나 모든 걸 쉽게 상상할 수 있는지 목사님이 아신다면, 아실 수 있다면…… 글쎄요! 이 곳 경치를 목사님한테 그려 보여드릴까요? …… 우리 등뒤에, 위쪽에, 그리고 우리들 둘레에도 송진냄새가 나는 커다란 전나무들이 있어요. 줄기는 석류 빛이고, 검게 무성한 긴 가지들이 수평으로 뻗어 있는데,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면 굽어지며 구슬픈 소리를 내요, 우리들 발치엔 산을 책상삼아 세운, 펼쳐진 책처럼 녹색의 얼룩무늬진 목장이 크게 펼쳐 있어요. 그늘진 곳은 파랗고, 태양이 금빛으로 빛나고 있으며, 거기에 분명히 적혀 있는 것은 꽃글씨예요 - 과남풀, 할미꽃, 미나리아재비 그리고 솔로몬의 그 예쁜 백합화들로요 - 소들이 방울을 울리면서 그 글씨를 읽으려고 오고 있어요. 천사들도 읽으러 와요. 목사님이 사람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니까 그렇다면 사람들은 빼놓고요. 그 책같은 목장 밑으로는 안개가 자욱히 깔리고 있는 커다란 젖빛의 강물이 보여요. 그것은 아주 큰 강이어서 저 멀리 눈부시게 빛나는 아름다운 알프스의 산이 바로 강둑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 '앙드레 지드'의 <전원교향악> 중

    

 정경화 작, <목련>

 

 오렌지와 올리브의 나라, 南國 이탈리아의 봄은 3월 중순부터 시작된다. 독일 등 중부 유럽 국가들이 5월 경에 봄을 맞이하는 것과 비교하여 매우 빠르다. 알프스를 경계로 하여 유럽의 남북이 계절을 다르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 까닭에 독일의 봄노래는 오월을. 이탈리아의 봄노래는 사월을 곧잘 노래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노래들은 매우 밝고 명랑하며 활기에 넘친다. 나폴리 남부와 시칠리아 지역이 특히 그러하다. 이탈리아 가객들은 자연과 인간에서 느끼는 여러 감정들을 환하고 찬연하게 노래부르고 있다. 심지어 비극적 장면에서도 그들의 서정은 우렁차고 눈부시다. 그래서 이탈리아의 가곡은 햇빛과도 같은 이미지로 그려진다.

 

 근대 이탈리아 가곡사에서 가장 큰 발자취를 남긴 이는 '토스티(Francesco Paolo Tosti:1846-1916)'이다. 수백 곡의 주옥같은 가곡을 남긴 그는 이탈리아 중부 아드리아해에 면한 '아부루치(Abrucci)'에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이 지역은 험준한 '아펜니노'산맥을 낀 좁은 구릉지대로, 일찍이 '베를리오즈'가 <이탈리아의 헤롤드>에서 지역 풍광을 묘사한 적이 있다. 산과 바다를 아우른 이 시골에서 그는 자연친화적 성향을 품고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음악 공부는 어머니 '카테리나'의 열성으로 시작되었는데, 이미 10세 때에 피아노와 바이올린, 작곡법의 기초과정을 끝냈다. 그의 자질이 널리 알려져 11세 때에 나폴리의 '산 피에트로 마이에라(San Pietro Maiella)'왕립 음악원에 입학할 수 있었다. 당시 그를 가르쳤던 대표적 스승은 오페라로 유명했던 '메르카단테(Saverio Mercadante:1795-1870)'였다. 그는 1866년 우수한 성적으로 음악원을 졸업한 뒤 곧바로 그 학교의 조교수가 되지만, 건강이 악화되어 고향으로 내려와 전원생활에 소일하며 작곡에 전념하였다.

                                                                              '마이에라'음악원 전경

 

 이후 곤궁한 생활을 타개하기 위해 '로마'로 간 '토스티'는 그 곳에서 '샴바티(Giovanni Sgambati:1841-1914)'라는 평생의 조력자를 만나는데, '샴바티'는 당시 사보이(Savoy)'왕국의 공주 '마르게리타(Margherita Maria Teresa:1851-1926)'과 절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일약 그녀의 개인 성악교사로 초빙되었다. 경제형편과 지위가 보장된 그는 그동안 창작한 여러 곡들을 가지고 1875년 영국 런던에서 연주회를 열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그는 '빅토리아(Victoria)'여왕의 배려로 영국왕실 음악원의 전임교수로 정식으로 런던에 부임하여 영국 여인과 결혼하는 등 1913년까지의 생애를 영국에서 지내게 되었다. 영국에서의 음악경력으로 인해 그는 가곡 목록의 상당수를 영어 가사로 지었으며, 그만큼 영국인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이탈리아 가곡 작곡가로 남게 되었다. 만년에 그는 '에드워드 7세'로부터 남작의 칭호를 받고 이탈리아로 돌아와 삼년 후 로마에서 7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토스티'는 생애 대부분을 성악 교사로 보냈기 때문에 그의 작품 대부분이 예술가곡이다. 당시 이탈리아는 오페라의 전성시대였으나 거의 유일하게 이탈리아 근대 가곡의 창작에 힘을 기울인 이가 바로 그였으며, 수많은 고국의 민요 선율들을 예술가곡의 수준에까지 이끌어 올린 그의 공적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그의 가곡은 대부분 평이하고 유려하다. 마치 가사를 읊조리는 듯한 서창에 이어 등장하는 서정적이고 정감에 넘치는 멜로디는 감미롭고 온화하며, 대중들이 따라 부르기 좋을 정도로 친화성이 높다.   

    

              '토스티'의 <理想> 악보 표지
  그의 예술가곡은 어둡고 비극적인 구석이 전혀 없으며, 이탈리아인의 기질과 같은 진취적 낭만성과 낙천적 성향이 흠뻑 배어있다. 당대 이탈리아 시인들의 명시들을 정선해 만들어진 그의 가곡들은 가사와 선율이 이상적으로 결합되어 후대 이탈리아 작곡가들의 모범이 되었으며,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구비치는 음률과 과장됨이 없이 조화롭게 펼쳐지는 악곡의 구조, 쉬우면서도 천박함에 흐르지 않는 단아한 악상들은 그의 가곡들을 세계 애창곡의 반열에 오르게 하는 데 충분케 하였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理想>, <마레키아레>, <기도> 등이 있다.

April

                        Rocco Emanuele Pagliara (1856-1914)

 

 Non senti tu ne l'aria
 il profumo che spande Primavera?
 Non senti tu ne l'anima
 il suon de nova voce lusinghiera?

 E l'April! E l'April E la stagion d'amore!
 Deh! vieni, o mia gentil su' prati'n fiore!
 E l'April E l'April E l'April

 

 Il pie trarrai fra mammole,
 avrai su'l petto rose e cilestrine,
 e le farfalle candide
 t'aleggeranno intorno al nero crine.

 E l'April! E l'April! E la stagion d'amore!
 Deh! vieni, o mia gentil su' prati'n fiore!
 E l'April! E l'April! E l'April! 

 4월

                                       로코 에마누엘레 팔리아라 詩

 

 그대는 공기 중에
 봄이 뿜어내는 향기를 맡지 못했나요?
 그대의 영혼에서
 이 새롭고 유혹적인 목소리를 듣지 못했나요?

 4월이예요!  사랑의 계절!
 오세요, 사랑하는 그대여! 꽃이 만발한 풀밭으로!
 4월, 4월, 4월이예요!
    
 그대는 제비꽃 사이를 걸어와
 장미와 푸른 방울꽃으로 둘러싸이고
 하얀 나비들은
 그대의 검은 머리카락 주위에서 날개짓하지요

 4월이예요!  사랑의 계절!
 오세요, 사랑하는 그대여! 꽃이 만발한 풀밭으로!
 4월, 4월, 4월이예요!

 

 긴 간주가 포함된 두 부분으로 나뉜 유절가곡이다. 곡은 피아노의 물결치는 듯한 반주에 실려 시작된다. 그네를 타는 듯, 조각배가 일렁이는 듯, 멜로디는 상냥하게 굽이치며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프랑스어로 되어 있는 가사의 액센트와 운율 또한 적절히 지켜지며 원 가사의 묘미를 잘 살려내고 있다. 작곡가는 연인(청중)에게 봄의 화사한 숨소리와 향기를 느끼고 맡으라고 권유하고 있다. 그리고 그 봄의 내음은 이미 당신의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간절한 영혼의 바램만 있으면 언제든지 우리는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노라고 자신있게 설득하는 것이다.


 두 번째 절에서 가수는 여러 꽃과 나비들에 대해 알려준다. 피아노 반주 또한 꽃의 흔들림과 나비의 나부낌을 표현하고 있다. 온갖 봄꽃과 봄나비가 연인을 둘러싸고 희롱하며 반긴다. 바야흐로 봄의 잔치가 무르익었다. 이보다 더 남국의 상큼하고 화사한 봄 풍경을 표현할 언어와 선율이 없을 듯 하다.   

      

            최학노 작, <봄향기>

 

 


 후렴구에서 부르는 '4월', '4월'의 외침은 봄의 전령사, 청년, 혹은 시인이 세상에게, 연인과 모든 이에게 봄을 기쁘고 반갑게 맞이하라는 초대의 인사이다. 남국의 땅에서 울려 퍼지는 강렬한 봄소식을 활개를 젖히고 흔쾌히 맞아들이는 마음으로 이 곡을 감상하는 것도 좋은 일일  것이다.

 

 

 

 

 

 

 

 

 

 

 

 

테너 마시모 크리스피(Massimo Crispi) 피아노 안토니오 발리스타(Antonio Ballista)

 

 

첨부파일 토스티의 4월.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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