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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과 뮤즈

봄소식 봄노래(09) 들리브의 <꽃의 이중창>

작성자이성준|작성시간11.04.08|조회수331 댓글 0

봄소식 봄노래(9)

 

이상향(理想鄕)에서 들리는 봄의 찬가, '라크메'의 <꽃의 이중창>


                    연꽃의 바깥을 읽다, 月下情人

 

                                                              서 안 나

 

 당신은 모든 사랑의 질문이다

 나는 입도 없이 고요하다 물결이 흔들릴 때마다 긴 머리카락 풀고 미끄러운 물의 경전을 읽는다 내가 늙어가는 소리 들린다 당신을 떠올리고 지우는 건 마음의 오래된 치유의 기술 침묵은 비천한 사랑에도 향기를 돌게 하여 정인(情人)의 눈빛은 흐릿하고 향기롭다 비서(秘書)를 펼쳐 낡은 주술을 외운다 어둠으로 어둠을 뚫을 것이다

 당신은 나의 왼뺨에서 오른 뺨으로 건너간다 나는 썩을 대로 썩은 진흙 손가락으로 당신의 빛나는 등을 어루만진다 천 개의 발로도 떠날 수 없는 첫 마음은 뿌리에 깃들어 왜 웅크려 있는지 당신에 대해 질문하면 물결 속에서 아스피린 냄새가 난다 나는 긴 머리카락을 풀어 비탄의 곡조로 흔들리고 흔들릴 것이다 꽃잎을 여는 건 연꽃의 바깥을 캄캄하게 읽는 일

 

                                                                남운섭 작, <늪, 봄노래>

 

"그러면 그도 그대를 사랑하는가?"

"그도 그렇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만 그것이 중요할까요?

  그가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그렇다고 해서 제 사랑이 덜 중요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이 신을 사랑할 때, 신을 사랑하는 정도가 당신의 사랑에 대한 신의 응답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듯이 말입니다.

  당신은 사랑하고, 당신에게는 그것이 전부입니다.
  저도 사랑하고 제게는 그것이 전부입니다."

 - 하리쉬 딜론 저, <인도의 사랑 이야기> 중에서

 


 프랑스의 오페라 작곡가 '레오 들리브(L o Delibes:1836-1891)'의 대표작 <라크메:Lakm >는 영국 장교가 인도의 여사제와 운명같은 사랑에 빠져 벌어지는 비극적 드라마이다.

  작곡가 '들리브'는 이십여 편의 오페라와 여러 편의 발레음악을 생전에 남겼으나, 오늘날에는 그다지 잘 연주되지 않고 있다. 그는 심혈을 기울여 이 오페라 <라크메>를 제작하였으나, 후대로부터 '비제(Georges Bizet)'의 구성과 플롯을 흉내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마치 영국 작곡가 '설리번(Arthur S.Sullivan)'이 '오페라 <미카도:The Mikado>를 지은 후 '푸치니(G.Puccini)'의 <나비부인:Madama Butterfly>를 닮았다는 논란이 일었던 것처럼, 그의 <라크메> 또한 '비제'의 <진주조개잡이:Les pecheurs de perles>와 유사하다는 의견이 분분하였던 것이다. 또한 이 오페라는 로마 총독 '폴리오네(Pollione)'를 사랑한 나머지 그를 살리고 죽음을 택하는 여사제의 헌신적 사랑을 그리고 있는 '벨리니(V.Bellini)'의 <노르마:Norma>의 구성을 일부 차용하고 있다. 이렇듯 당시의 여러 오페라 작품들에서 보여지는 유사한 플롯은 대체로, 19세기 경 유럽에서 풍미했던 '오리엔탈리즘'의 경향으로 동양(인도나 일본 등)의 이국적 소재를 오페라에 즐겨 사용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 생각이 든다. 당시 유럽의 사교 분위기는 '동양'이라는 이색 코드를 향유하고 탐닉하였다. 비록 이 시대의 이국적 오페라들이 '백인우월주의'를 조장하고 식민침탈을 정당화하는 나쁜 선례를 남기고는 있으나, 음악적 견지에서 볼 때에는 다양하고 이색적인 음악 양식과 정서를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오페라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인도 브라만교의 사제 '니라칸타'의 딸 '라크메'는 호기심으로 사원(寺院)에 침입한 영국의 청년장교 '제럴드'와 서로 사랑하게 된다. 이 사실을 알아챈 '니라칸타'는 영국이 브라만교를 금지시킨 원한 때문에 자기 딸을 미끼로 '제럴드'를 살해하려 하지만 상처만을 입히고 만다. '제럴드'는 '라크메'와 함께 숲 속의 오두막집에서 요양한다. 그러나 친구의 충고로 '제럴드'가 군대에 돌아가기로 결심한 것을 안 '라크메'는 연인 '제럴드'를 구하고 자살한다.

 

 줄거리는 비극적이고 음울하나, 그 배경장면과 음악요소들은 화사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특히 여사제 '라크메'가 정결한 예식을 준비하기 위해 배에 올라타고 연꽃이 만발한 호수 위를 떠나가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고 황홀하다. 또한 <종의 노래>와 <꽃의 이중창> 등은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가수들이 앞다투어 노래부를 만큼 매혹적인 노래들이다. 이런 관계로 오페라 속의 여러 아리아들은 연주회장에서 독립적으로 자주 불려지고 있으며, 특히 <꽃의 이중창>은 리사이틀 현장 뿐 아니라 여러 상업광고 등에서 배경 효과음악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제 1막 초반에 등장하는 소프라노의 <꽃의 이중창:Flower Duet>은 다음 정황 속에서 불리어진다.

 

모네 작, <수련>
 

 

'브라마(Brahma;梵天)'를 모신 정원에서 '니라칸타'와 '라크메', 그리고 '브라마' 신봉자들은 '시바(Siva)'신을 향해서 기도문을 노래한다. 그 사람들이 떠나고 나자, 단둘이 남은 '라크메'와 그녀의 하녀인 '말리카'는 여사제와 함께 매력적인 뱃노래(Bararolle) "재스민이 울창한 둥근 지붕:Dome epais, le jasmin"을 노래하면서 목욕할 준비를 하고는 배 위에 올라탄다. 이 노래가 유명한 <꽃의 이중창>이다. 떠나기 전에 '라크메'는 그녀가 가진 보석을 정원의 탁자 위에다 빼놓는다. '브라만'교 수도원에는 신자들 외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다는 규율이 있기 때문에 보석은 매우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규율은 호기심에 찬, 한 무리의 영국 관광객들 '엘린', '로즈', '제럴드', '프레더릭'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시녀 '벤손' 부인에 의해서 깨어지고 만다. 부인은 탁자 위에 놓여진 보석을 발견하고 그 아름다움에 감탄해서 소리를 지른다. '제럴드'는 그러한 보석의 소유자를 알고 싶은 호기심에 혼자 남아 그 보석을 스케치한다. 이윽고 '라크메'가 목욕을 마치고 다시 돌아오면서 "숲 속에서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느끼는 이유:Pourquoi dans les grands bois"를 부른다. 그 때 '제럴드'의 모습을 보고 반해 버린 '라크메'는 하녀를 쫓아보내고 '제럴드' 곁으로 다가가 다른 사람에게 발각되면 위험하니 빨리 정원에서 나가라고 한다. 그녀에게 마음을 뺏긴 '제럴드'는 쉽게 떠나려 하지 않고, 사랑의 2중창 "청춘의 신이여, 봄의 신이여:C'est le Dieu de la jeunesse, c'est le Dieu du printemps"를 부른다.

  

 Sous le dome epais ou le blanc jasmin
 A la rese s'assemble,
 Sur la rive en fleurs, riant au matin,
 Viens, descendons ensemble.

 Doucement glissons, de son flot charmant
 Suivons le courant fuyant:
 Dans l'onde fremissante,
 D'une main nonchalante,
 Viens, gagnons le bord
 Ou la source dort
 Et I'oiseau, I'oiseau chante!

 Sous le dome epais, Sou le blanc jasmin,
 Ah! descendons ensemble!

 Sous le dome epais ou le blanc jasmin
 A la rese s'assemble,
 Sur la rive en fleurs, riant au matin,
 Viens, descendons ensemble.
 Doucement glissons, de son flot charmant
 Suivons le courant fuyant:
 Dans l'onde fremissante,
 D'une main nonchalante, Viens, gagnons le bord
 Ou la source dort
 Et I'oiseau, I'oiseau chante!

 Sous le dome epais, Sou le blanc jasmin,
 Ah! descendons, ensemble!
 Ah! ah! ah! 

  둥근 지붕아래, 흰 자스민이
 장미와 무성한 곳,
 꽃들이 만발한 강둑으로 , 생기있는 웃음과 함께,
 어서, 우리 함께 내려가자.

 유쾌하게 솟아나는 유속으로부터
 부드럽게 빠져나가자:
 순식간에 사라지는 흐름을 따라가자,
 흔들거리는 강물에서, 어떠한 근심도 없이,
 어서, 강둑으로 가자꾸나
 봄의 강물이 잠시졸고 있는 곳
 새가, 새가 노래하는 그 곳!

 둥근 지붕아래, 내려간다   하얀 자스민이 있는 곳,
 아! 우리 함께!

 둥근 지붕아래 하얀 자스민이 있는 곳
 장미가 함께 휘감기어져,
 온화한 아침 꽃들로 덮인 강둑 위로,
 함께 내려가자 .
 살며시 매혹적으로 솟아오르는 곳으로 떠가며,
 강의 흐름 위에:
 빛나는 물결 위에,
 한 손이 강 가장자리에 다다르네,
 봄이 잠자고 있는 곳
 새가, 새가 노래하는 그 곳.

 둥근 지붕아래, 하얀 자스민이
 아! 우리 내려간다, 함께!
 아! 아! 아!

 

  소프라노 두 명이 서로 화음을 맞추어 가면서 부르는 이 장대한 이중창은 연꽃 호수 위로 미끄러지는  배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신비롭고 오묘한 음률을 만들어낸다.

 

 때는 상쾌하고 고요한 아침나절, 온 천지에 백화가 만발하고 세상은 평화롭기만 한데, '시바'여신을 모시는 여사제와 시녀는 청초한 입과 손으로 대자연을 찬양하며 꽃노래를 부른다. 이 화사하고 윤택한 가창의 깊고 유려한 맛은 듣는 이의 마음에 자리하는 여러 집착과 번뇌를 잊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자스민'과 '장미'로 대표되는 사원과 연못의 꽃들은 여러 부정한 세속의 위협들을 그 정결함으로 잠재우면서 거룩한 성소를 수호하고 있다. 두 여인의 뱃노래는 이 세상의 번잡함을 잊고 피안의 정토로 같이 가자며 듣는 이를 이끈다. 꽃배를 타고 낙원의 해안에 도달하면 법열의 새가 지저귀고 반야의 꽃들이 방문객을 맞이할 것이다. 사시사철 꽃이 피고 새가 우짖는 상춘(常春)의 평안과 희락의 땅, 이 곳을 두 명의 여인들은 기꺼이 권하는 것이다.


 이 곡에 몰두하면 몽환적이고 이국적인 느낌이 듣는 이의 심사를 은근히 그네들의 권유에 빠져들게 하는 듯 한데, 마치 '세이레네스'의 목소리를 듣는 '오딧세우스'의 심경을 연상하는 듯 하다. 그러나 이 곡의 청명하고 온화한 분위기와 상반되게 이 오페라의 줄거리는 비극으로 치닫고 있으니, 더욱 이 노래가 아름답고 절실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영원한 봄날을 즐기며 잠시동안 꿈결에 빠졌다가 허무하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인상을 주는 이 오페라 속 봄노래는 저마다의 <몽유도원경>에 취해 한순간의 행복과 향락에 취해 보고픈 우리 바램을 그대로 전해주는 듯 하다.

* 연주자 소개
소프라노 조안 서덜랜드(Joan Sutherland)와 메조 소프라노 제인 버비(Jane Berbie)

 

 

 

 

 

첨부파일 09 들리브 꽃의이중창.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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