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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과 뮤즈

봄소식 봄노래(14)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봄

작성자이성준|작성시간11.04.24|조회수213 목록 댓글 0

봄소식 봄노래(14)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찾은 황혼녘의 봄,
<네 개의 마지막 노래> 중 '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1864-1949)는 독일 낭만주의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대작곡가이다. 그는 18곡의 오페라와 10곡의 교향시를 비롯하여 수 많은 걸작들을 창작하였으나, 독일 예술가곡에서도  큰 발자국을 남겼던 사람이었다. 그가 여섯 살 때 처음으로 작곡했던 <성탄절 노래:Weichnachtslied:1870>에서부터 마지막 곡 <4개의 마지막 노래:Vier Letzte Lieder>에 이르기까지 그의 생애의 본령은 가곡 작곡이었다. 80년 가곡 생애를 통하여 그는 수 많은 분야의 표현 방법을 섭렵하고 여러 종류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광범위한 작품을 남겼다. 그에게는 가곡이란 과거의 악상들을 발전시키고 다듬을 수 있는 하나의 도구이자 바로미터였다. 노년에 그는 교향악과 순수음악적인 요소들은 젊은이들을 위한 것이며, 자신은 영감을 주는 언어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 언어가 바로 가곡이었던 것이다.


 그는 평소에 가족의 대소사나 여가가 있을 때 가곡을 지었다. 그러므로 어떤 대규모 관현악곡이나 오페라를 지을 때면 어김없이 가곡을 위한 자료들은 그 작업을 위해 쓰여지기 마련이었고 어떤 때에는 관현악의 주제 동기를 궁리하기 위해 가곡을 작곡하기도 하였다. 그런 면에서 가곡은 그의 인생을 반영해 주는 거울과 같은 존재였다.

 

 슈트라우스의 마지막 작품으로 볼 수 있는 이 <4개의 마지막 노래>는 그가 말년의 인생을 돌아보고 진지하게 죽음을 생각하며 작곡한 관조와 성찰의 결과물로서, 불안함과 어두움보다는 평안함과 유유자적함의 분위기 속에서 앞으로 닥쳐올 죽음을 차분하고 경건하게 받아들이는 정화의 정신이 담겨져 있다.


 이 곡은 소프라노 독창과 대편성의 오케스트라의 확대된 2관 편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곡의 가사는 헤르만 헤쎄(Hermann Hesse:1877-1962)와 조셉 폰 아이헨도르프(Joseph von Eichendorff:1788-1857)의 시로 되어 있다. 네 곡 중에서 앞의 세 곡이 헤쎄, 마지막 한 곡이 아이헨도르프의 시이다.

 

 슈트라우스는 1946년 말 우연히 아이헨도르프의 시 <저녁놀에서:Im Abendrot>를 읽고 시의 내용에 깊은 공감을 갖게 되었는데, 이 시의 내용이 자기들 부부의 생활과 어딘가 닮은 데가 있는 것에 공감하고 이 시를 텍스트로 하여 1948년 초봄 몽트뢰(Montreux)의 팔레스 호텔에서 작곡을 시작하였다. (몽트뢰는 스위스 서남부의 대표적인 호반도시로서, 차이콥스키를 비롯한 여러 예술가와 명사들이 휴양차 거주하던 곳이다.) 이 곡이 완성되어 갈 무렵 지인(知人)으로부터 헤쎄의 시집을 선물 받고 그 중의 4편을 골라 <저녁놀>과 함께 5곡으로 이루어진 가곡집을 낼 계획으로 있었다. 그러나 <봄:Fruehling>, <잠자리에 들 때:Beim Schlafengehen>, <9월:September>의 순으로 작곡을 하다가 결국 나머지 한 곡은 끝을 맺지 못하고 타계하고 말았다. 작곡가 사후 이 네 곡을 모아서 <4개의 마지막 노래>라고 이름을 붙인 사람은 슈트라우스의 친구이며 출판업자인 에른스트 로트(Ernst Roth)였다. 이후 1950년 <Boosey & Hawkes>출판사에 의해 그 악보가 출판되었다. 작곡가가 시도하였던 마지막 곡(헤쎄의 시)에 대해서는 지금도 알려져 있지 않고 있다.

 

 이 곡은 1950년 5월 22일에 프라그슈타트(Kirsten Flagstad)의 소프라노 독창과 푸르트벵글러(Wilhelm Furtwaengler)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Philharmonia Orchestra)에 의해 런던의 로열 알버트 홀에서 초연되었다. 이 때 노래된 순서는 <잠자리에 들 때>를 시작으로 <9월>, <봄>, 그리고 <저녁놀에서>로 되어 있었다. 한편 그의 조국인 독일에서의 초연은 같은 해 9월 25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Frankfurt am Main)'박물관에서 소프라노 '골츠(Christel Goltz)'의 독창, '폰덴호프(Bruno Vondenhoff)'의 지휘로 프랑크푸르트 시립 관현악단 반주로 이루어졌다.   

  

                                                                           스위스 '몽트뢰'의 전경과 '팔레스 호텔' 모습

 

 

제 1 곡 봄 <Fruehling> 

 Fruehling
                   

                                     Hermann Hesse


  In daemmrigen Grueften
  traeumte ich lang
  von deinen Baeumen und blauen Lueften,
  Von deinem Duft und Vogelsang.

 

  Nun liegst du erschlossen
  In Gleiß und Zier
  von Licht  bergossen
  wie ein Wunder vor mir.

  Du kennst mich wieder,
  du lockst mich zart,
  es zittert durch all meine Glieder
  deine selige Gegenwart!

 


                            헤르만 헤쎄


  어스름한 무덤에서
  나는 오랫동안 꿈을 꾸고 있었네.
  너의 나무들, 파란 공기,
  너의 향기, 그리고 새들의 노래를.

  지금 너는 누워 있다.
  눈부신 장식을 하고
  넘쳐흐르는 빛 속에
  기적처럼 나의 앞에.

  너는 다시 나를 알아보고,
  나를 부드럽게 유혹한다.
  나의 몸에 너의 모습이 들어와
  전율한다!

 

 

 Spring

    In dusky vaults
    I have long dreamt
    of your trees and blue skies,
    of your scents and the songs of birds.

 

                                                            Now you lie revealed
                                                            in glistening splendour,
                                                            flushed with light,
                                                            like a wonder before me.
 
                                                                                                                   You know me again,
                                                                                                                    you beckon tenderly to me;
                                                                                                                    all of my limbs quiver
                                                                                                                     from your blissful presence!

 

 모든 사람에게는 절망의 순간과 희망의 시절이 있다. 봄이 오기 전 겨울은 음산한 무덤에 비유될 수 있다. 희미한 무덤 속 절망도 희망의 생명력 앞에서는 물러가기 마련이다. 생명의 나무와 푸른 창공과 새소리, 그리고 눈부신 햇빛이야말로 절망을 물리치는 기적(Wunder)처럼 보인다. 봄을 맞이하여 시인은 힘을 다시 찾아 대자연의 부드러운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하고 행복하게 전율하고 있다. 음침한 과거의 절망을 이겨내고 화사한 현재를 향유하는 사람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인 것이다. 그러므로 봄이야말로 희망의 사람에게 "복된 현재(deine selige Gegenwart)"가 되는 것이다.

 

'Odilon Redon(오딜롱 르동:1840-1916)'작, <Deux jeunes files en fleurs(꽃에 파묻힌 두 소녀)18990)>

 

 이 곡은 겨울에서 봄이 바뀌듯 영혼의 부활을 꿈꾸는 내용이 담긴 헤쎄의 시에 의한 것으로, 3연 구성에 각 연이 4행으로 되어 있다. 1연은 봄을 기다리는 마음. 2연은 봄에 대한 기대가 현실로 나타난 정경, 3연은 봄의 현존에 대한 감동을 묘사하고 있으며, 4연은 봄과 함께 새롭게 태어난 화자(話者)의 감흥을 그리고 있다. 각 연은 간주로 분리된다.

 

 총 72마디로 이루어진 이 곡은 'Allegretto'의 빠르기를 가지고 있는 3부 형식의 곡이다.  조성은 단조(c)에서 시작하여 장조(A)로 마무리되어 어두운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분위기를 암시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반음계적 화성진행을 많이 사용해 정황을 섬세하게 꾸며주고 있다. 관현악 반주의 화성은 풍부하며 잦은 전조(前調)로 인해 무조(無調)에 가까운, 모호하고 신비로운 효과를 내고 있다.

 

 1연에서는 트릴(떨림음)을 통해 "Vogelsang(새의 노래)"를 잘 표현하고 있으며, 2연에서는 박자를 점차 늘려서 봄철 햇살이 퍼져나가는 인상을 잘 묘사해 주고 있다. 특히 "Gleiß(광채) "와 "Licht(빛)" 대목에서는 하프를 사용해 퍼져 나가는 햇살을 묘사하고 있다. 3연은 더욱 더 느려지는 템포를 통해 봄의 나른함과 생명에의 기쁨이 보여진다.

 

 슈트라우스는 이 곡을 생전에 듣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으나, 이 네 개의 가곡을 작곡함으로써 그는 고단하고 치열했던 음악가의 삶에 면죄부를 찍고 고요한 안식을 누렸으리라 짐작된다. 그의 아내 '파울리네'는 남편이 돌아간 지 2년 만에 그의 곁으로 갔다.(*)

 

 

로버트 스프링(Robert Spring) 작, <황혼>

(연주자 소개)
소프라노 엘리자베스 쇠더스트룀(Elisabeth Soederstroem)
지휘 리처드 암스트롱(Richard Armstrong)
웨일즈 국립 가극장 관현악단(Welsh National Opera Orchestra)

 

 

 

 

첨부파일 봄소식 봄노래14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봄.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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