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30
병인病因을 찾았으니 이제 치료가 가능하고 더 나아가 무병장수도 기대된다. 한의학의 문제는 ‘해석’을 통해 풀 수 있으며 앞으로의 한의학 발전 역시 ‘해석’에서 그 방법을 찾을 수 있겠다. 해석을 위해선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언어력이 기본적으로 요구되는데 이러한 언어력 없이는 의서醫書에 담겨진 저자著者의 관觀에 접근조차 어렵다. 관觀의 파악은 곧 경전經典에 대한 선배들의 해석을 이해하는 것인 바 의서醫書를 통해 이해된 해석은 우리 자신의 해석력에 영향을 미친다
타산지석他山之石. 남들의 해석을 이해하는 것이 자신의 해석력. 관觀의 파악 자체가 해석이니 의서醫書를 읽고 저자著者의 관觀을 이해함은 곧 독자讀者의 해석력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문漢文을 한글로 풀어 보는 것만이 해석은 아니다. 진정한 해석이란 이미 언급한대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
그런데 이제까지 우리는 온고溫故만을 강조해왔다. 의서醫書에서 저자著者의 관觀을 파악하는 것은 온고溫故에 해당하나 이러한 온고溫故는 어디까지나 지신知新을 목표로 해야한다. 즉 옛 의서醫書를 읽고 저자著者의 주장을 이해(溫故)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온고溫故로써 길러진 자신의 해석력으로 옛 것을 이 시대에 적합하게 응용(知新)해야하는 것이다. 지나친 온고溫故로 인해 지신知新함에 소극적인 ‘유교儒敎’의 영향으로 지금도 우리는 선배들의 목소리엔 귀기울여도 자신의 목소리는 내지 않는다. 바로 이 때문에 파派가 결성되지 않고 있으며 논쟁과 토론이 없는 획일적인 학풍學風이 이루어졌으니 이에 한의학은 구시대의 의학으로 무시당하게 되었다.
부언컨대 우리 한의학이 민속촌에서나 어울릴, 시대감각이 뒤떨어진 학문으로 취급받는 것은 단순히 한자漢字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정도를 가지고 온고溫故로 여기기 때문이거니와 더 나아가 자신의 언어력과 해석력을 발휘하는 지신知新을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체요법을 중심으로 각자 목소리를 높이는 회會가 번성하고는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온고溫故가 결여된 지신知新 ... 지신知新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 옛 경전經典에 쓰여진 언어를 가지고 생리, 병리, 진단, 치료를 하나로 꿰지 않는 이상 결코 온고溫故일 수 없으며 이에 당연히 지신知新도 아닌 것이다. 단지 무슨무슨 ‘요법’일 뿐이다.
본인은 여기서 요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대체요법에 있어서 치료효과의 우수성을 일면 인정한다. 다만 효과가 우수하다해서 음양오행陰陽五行의 고유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전통 한의학에 따른 생리, 병리, 진단 등의 이론체계를 가지지 않는 것을 지신知新이라 여겨 한의학이 나가야할 길이라고 착각함을 경계하는 것이다. 이처럼 지금 우리는 지신知新이 결여된 지나친 온고溫故와 온고溫故가 부재한 뿌리 없는 지신知新이라는 양극단에 놓여있다. 좌파(뿌리 없는 지신知新), 우파(지나친 온고溫故)의 극단에 한의학이 휘청거리니 이는 ‘해석’을 중시하지 않고, 음양오행陰陽五行을 ‘언어’로 여기지 않는 탓이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작약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06.16 '수도는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파악하는 것', ' 흉내내는 수도법에서 자신이 창조하는 수도법으로' 라는 말씀을 하신 분이 생각납니다.
-
답댓글 작성자감초 작성시간 12.06.18 나가수가 생각납니다.. 기존에 있던 노래<태양아래 새로운것 없다>를 자기가 잘하게 재편집 해서 부르죠
그리고 그것이 대중에게 먹히면 흥행성공이고요.. ^^ -
답댓글 작성자작약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06.18 하여간 세상의 전체적 트렌드는 알게 모르게 함께 움직이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