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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김 팍 샌날

작성자수줍은하늘|작성시간20.06.24|조회수220 목록 댓글 12


  나두 김이 팍 샌날 있다우



" 찝질아~ 후평동인데 닭발 먹으러 올래?"

" 후평동? 닭발? ...얌마! 닭발을 먹으러 후평동까지? 안가!!"

" 글지 말고 와라~ 좋은 일이 있을거야~"

" 너나 많이 처무우~~~"

" 싫으면 말아라~ 대신 후회하기 없기다~"

" ....알았어! 닭발이 전부면 알아서 겨!?"

 

자리에 누워 다리를 꼬고 좌로 굴러 우로 굴러를 하는데 친구놈이 전화를 했다.

그렇찮아도 심드렁한데 그깟 닭발 한 접시를 시켜놓고 와라 가라다.

닭발보다 택시비가 더 나올성싶은데 가자니 그렇고 안가자니 그렇다.

그래도 택시를 집어탔다. 올라탔는지 잡아탔는지 아뭏튼 탔다.

 

닭발집은 말하지 않아도 안다. 전에도 밴댕이와 간 적이 있다. 

단골집이라며 밴댕이가 데려갔던 집이다.

드럼통에 부뜨막을 붙이고 가운데에 연탄을 피우는 집이다.

둥글게 앉아 먹어볼 것도 없는 석쇠 위의 닭발, 그 닭발을 빌어먹는 폼으로 발려먹던 집이다.

품값이 곱절은 들 것같은 닭발, 내키지 않는 것을 개가 족발을 뜯어먹듯 억지로 뜯었었다.

하지만 곱상한 주인네의 표정을 생각해서 맛도 괜찮다며 고개를 몇 번 끄덕였던 집이다.

젠장...하지만 값과 품의 문제는 금새 사라졌다. 잊었던 주인네가 천정에서 눈꼬리를 살살

흔들어댔던 것이다. 주인네가 혼자라고 그랬던가? 그럼 가볼까? 에라... 

 

로켓트엔진을 달았나? 택시 뒤에서 화산 폭발음이 들리고 이내 뒷 창에 화산재가 떨어진다.

기분이 점차 업되는 것과 동시에 주인의 샐죽미소가 가슴을 데워준다.

벌렁벌렁은 아니더라도 콩닥콩닥과는 비슷한 소리도 들려온다.

놀구있네...생각해보니 닭발에 대한 보상심리가 분명하다. 닭발이 목적이라면 기분이 꽝이련만

마인드콘츠롤을 익히 터득한 찝질이가 그 정도의 상상도 못할까!?

 

" 하이파이부! 내 친구! 밴댕이~!"

" ㅋㅋㅋ 왔냐? 짝째기~ 파이브~~"

" ㅋㅋㅋ흡흡흡".(주인네가 옆에서)

 

녀석들은 오늘 만나고 내일 만나도 그저 밴댕이요 짝짜기다.

아마 여러 테이블에 손님이 있었다면 시끄르와서 술잔을 패당머리 쳤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막무가내 시끄러울 게 뻔한 녀석들이다.

주인네 눈치를 보자는 것인지 주인네의 눈꼬리를 보자는 것인지 나의 눈길이 친구보기보다는

분명  주인네의 눈꼬리에 가 있다. 이런...

내가 거금의 택시비를 들여 닭다리에 관심을 가질 인간이라면 밴댕이보다도 못한

골뱅이라고 해도 좋다.

분명 주인네의 간들간들 승글승글한 매력에 닭발집을 찾은 것이라 자부한다. 결코 닭발 때문이 아니다.

이 쯤되면 자기최면에 걸린 상태다. 

 

" 닭발이 뭐냐 닭발이! "

띠끔. 실언에 얼굴이 훅 달아오르니 주인네의 아름다움에 최면이 걸려도 단단히 걸렸나보다.

 

" 닭발이 문젠줄 알아? 자 한 잔 받고 내 말좀 들어봐 꼭지야~"

" 뭐가..."

" 있잖아..."

" 하여간 뜸은 존나게 들여요 존나게...빨랑 말해봐!"

 

'아쭈...제법 분위기 잡을 줄 아네? 근뎀마. 분위기는 네스토랑이라던가 공지천 뻰찌에서 담배연기 후욱~배트며 하는 거여. 빨랑 말해바 어여...'

그래도 주인네가 있으니 도리없이 얌전을 떠는 내게  밴댕이가 내게 하는 말!!

 

" 요즘 왜 이렇게 쓸쓸하냐? "

 

홀애비 3년에 드디어 발작을 하는 것일까. 녀석이 나보다 한 술 더 뜨고 자빠졌다.

주인네에 직접 말하면 될 것을 꼭 나를 불러내 주인네 들으라는 듯 ...김이 팍 새버렸다.

녀석은 예전부터 닭발집 주인네가 마음에 있었던 거였는데, 용기가 먹지라 말을 못했단다.

 

제길...또 헛물만 켰네...  


( 친구넘은 속알딱지가 밴댕이요 나는 젖꼭지가 짝짹이였다나 뭐라나...홀애비 둘이 이러고 산다우...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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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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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수줍은하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06.24 즐거운 시간이 되셨다니 위로 받고 갑니당~~
  • 삭제된 댓글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수줍은하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06.24 요즘 시절엔 싱글 남녀의 비율이 1대 10은 될꺼유..
    까짓꺼 제가 마음을 비워야 구속에서 벗어나 활개를 칠 수 있다는 거 아닙니까. ㅎㅎ

  • 작성자함빡미소 | 작성시간 20.06.24 삼파전 될뻔 했는데 친구를 위해 밀어주라 소리도 어렵고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하기도 어렵고 ㅋㅋ
  • 답댓글 작성자수줍은하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06.25 그저 그저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서 삼총사로 변하는 게지요.
    이 나이에 무슨 사랑을...그저 그저 한 여인의 힘든 생에 활력을 주고자함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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