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정웅 교수의 이야기 부동산 법률학 9회 -
아파트를 비롯한 토지나 상가를 매매계약하고 나면 어쩐지 그 계약이 마음에 흡족하지 못하여 후회해 보신 경혐이 있으신지요? 값을 싸게 매도할 수도 있고 그와 반대로 비싸게 매수할 수도 있어서 가족들 간에 불협화음이 일어난 일도 있었을 겁니다.
뿐만 아니라 계약 후 개인사정이나 가정사정으로 계약을 잘 못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엉뚱한 일이 발생하여 부득이 해약을 하고자 온갖 노력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형편은 매수인이나 매도인이나 마찬가지 입장이지요.
1. 사례
나고향씨는 정년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살던 아파트를 팔고 귀향하여 농사일에 전념하고자 인근 중개업소의 소개로 살던 아파트를 4억원에 팔게 되었습니다. 매수인 허신용씨로부터 계약금으로 5,000만원을 받았고 중도금으로 1억원을 받았습니다.
잔금 날짜는 아직 20일이 남아 있으나 나고향씨는 거주할 집에 대한 수리를 맡길 예정으로 시골에 갔던바, 그 집에서 전세를 살고있던 오귀경씨는 자신은 수도권으로 이사를 해야 하니 이삿날을 꼭 지켜주고 전세금 반환에 차질이 없도록 해 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고향씨는 그곳에서 허신용씨에게 전화를 하여 "서로 맛 물리는 이사가 되어 한쪽에서 잔금을 실수하면 연쇄적으로 이사가 미뤄지게 된다, 잔금에 실수 없도록 해 달라" 고 부탁을 하였던바 허신용씨는 도리어 성질을 내면서 돈은 염려말고 아파트나 잘 비우라는 것이었습니다.
20일이 지나고 이삿날이 되었습니다. 나고향씨는 이전등기에 필요한 인감증명서 등 서류를 준비해 놓고 아침 일찍부터 허신용씨가 잔금을 가져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해가 지도록 허신용씨는 나타나지 아니하였습니다. 해가 질 무렵 시골에서 이사준비를 하고 있던 오귀경씨는 어찌된 일이냐고 고함을 질렀습니다.
잔뜩 화가 난 나고향씨는 다음 날 일찍 허신용씨에게 "해약통고서"를 발송하였습니다. "당신과 나 사이에 있었던 아파트 계약은 해약되었다" 라는 내용으로....... 허신용씨는 그 다음날도 나타나지 아니하였습니다. 이 계약은 나고향씨의 주장대로 해약이 될까요?
2. 허신용씨가 일방적으로 위약했다 할지라도,
허신용씨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위반함으로서 나고향씨와 오귀경씨가 손해를 입었다 할지라도 그건 별도의 문제이고 나고향씨 마음대도 일방적으로 해약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해약에도 일정한 시기적 제한이 있습니다. 이 사례처럼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이미 중도금까지 지급하였으면 허신용씨는 벌써 계약 이행에 착수한 것이고 계약의 종료만 남겨 놓고 있을 뿐이므로 매수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나고향씨 일방적으로 해약할 수 없는 것입니다.
만일 나고향씨가 중도금을 받지 않은 시점에서 허신용씨가 중도금 지급을 이행하지 아니하였다면 계약금을 몰수하고 해약을 할 수 있지만 이미 중도금이 건너가면 이행에 착수한 것이 되므로 제날짜에 잔금이 들어오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는 해약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3. 쌍무계약이란?
부동산 매매계약과 같이 계약 당사자 쌍방이 서로 상대방에게 계약상의 의무를 부담하는 계약을 쌍무계약이라고 합니다. 매도인은 등기이전 의무를, 매수인은 대금지금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 그 실례라 할 수 있지요.
이런 의무들은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일단 서로 동시이행 관계에 놓이게 됩니다. 부동산 매매계약에서는 대체로 잔금 지급 의무와 등기이전에 필요한 서류 제공 의무가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 쌍무계약에서는 계약 당사자 일방의 채무 불이행이 있다고 하더라도 즉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상대방에게 자기 의무를 이행하고 동시에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기간까지 의무이행을 최고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고향씨는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일단 자신은 이전용 인감증명서 등 서류를 해 두었음을 제시하고 허신용씨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최고를 한 후 그때 가서도 허신용씨가 이행을 하지 않으면 해약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4. 합의해제의 성질
만일 허신용씨가 나고향씨를 찾아와 계약금을 포기하겠으니 해약을 해 달라고 하거나 잔금을 1개월 연기해 달라고 요구할 때 나고향씨가 허신용씨의 사정을 들어 서로 합의적으로 해제하거나 잔금기간을 연기해 주기로 한다면 이는 또 하나의 계약이 성립하는 것으로 보게 됩니다.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되면 합의해제 외에 달리 일방적으로 해약을 할 수 없고 설사 나고향씨가 계약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중도금이 지급된 후에는 계약금 배액을 물어주는 방법으로 해약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부동산 매매계약의 해제는 어느 한쪽만 손해보는 게 아니고 대부분 쌍방이 손해를 보는 수가 많습니다. 한쪽은 돈을 물어줘서 손해지만 그 상대방은 제때 팔거나 사지를 못해서 손해를 보게 됩니다. 계약금을 몰수하거나 배로 되돌려 받는 측에서도 마음이 아프겠지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약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5. 민법 제 544조 이행지체와 해제
당사자 일방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최고를 요하지 아니한다.
6. 판례
대법원 1976.4.27. 75다 739호
중도금 200만원을 지급약정 기한에 불이행한 본건에 있어서 단 하루의 유예기간을 주어 이행을 최고하는 것은 민법 제544조 소정 상당기간이라고는 인정할 수 없다.
일본판례
상당한 기간이라 함은 이행을 준비하고 이를 이행하기에 필요한 기간을 말하고 채무자의 병환이나 여행 등과 같은 주관적 사정은 고려하지 않는다.
최고를 하더라도 채무자가 그것에 따라 이행할 의사가 없음이 명백한 경우에는 채권자는 이행기 도과 후 상당한 기간이 지나면 최고할 필요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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