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웅 교수 이야기 부동산 법률학 8회째-
김근면씨는 고아원 생활로 성장한 후 서울에 올라와 노점상부터 시작하여 여러가지 장사를 하면서 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한 푼, 두 푼 모은 돈은 티끌이 되어 어느새 땅이 되기도 하고 빌딩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근면. 성실하기로 소문난 김근면씨에게는 자식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돈 버는 재주는 가졌어도 자식 낳는 재주는 없었나 봅니다. 나이가 들면서 너무나 외로워 양자를 들이기로 마음 먹고 쓸만한 놈 하나를 골라 양자로 입적을 시키게 되었습니다.
양부에게 효도하고 재산도 잘 지켜가라는 의미로 서울 양재동에 있는 땅 중 1,600제곱미터(500평)도 증여를 했습니다. 그리고 김근면씨가 사망하면 아파트도 주겠다는 문서도 남겨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입니까? 양자인 김망덕씨는 효도는 커녕 날이 갈수록 술로 세월을 보내면서 김근면씨가 죽기만을 기다린 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기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술에 취해 들어오면 근면씨에게 이놈, 저놈 욕도하고 며칠전에는 근면씨를 떠밀어 근면씨가 전치 2주의 부상을 입기도 하였습니다. 근면씨로서는 후회가 막심하게 되었습니다. 양자고 뭐고 다 치우고 마음 편히 살고 싶은데 이미 증여해버린 양재동 땅을 되찾을 길이 막연합니다.
김근면씨는 양자인 김망덕씨를 상대로 양자관계를 해소하는 법적절차를 취하고 땅도 찾고자 하는 마음으로 법률사무소를 찾아 가서 상담을 하였습니다. 아래 3가지 답 중 여러분들이 변호사라면 어느 답으로 근면씨의 사건을 처리하겠는지요?
1. 증여를 받은 양자가 잘 모시지 않으면 문서로 증여나 상속을 약속했다 하더라도 이를 해제하여 되찾을 수 있다고 하겠다.
2. 이미 재산의 일부를 넘겨주었고 나머지 재산에 대해서도 문서로 증여를 약속하였기 때문에 되찾을 수 없으므로 양자인 망덕씨를 잘 설득시켜야 한다.
3. 불효죄가 없기 때문에 달리 길이 없고 문서로 약속하였기 때문에 재산은 망덕씨 몫이 된다.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무상으로 재산을 주기로 하고 상대방이 수락하는 것을 법률상 "증여"라고 합니다. 증여도 일종의 계약이기 때문에 증여계약이 이루어지면 증여자는 그 계약을 이행할 의무가 생기게 됩니다.
증여가 문서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구두로 했다면 김근면씨는 아무때고 일방적으로 해제할 수 있는 것입니다. 구두의 증여를 취소할 수 있음은 신중하지 않는 경솔한 약속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봐야지요.
그러나 일단 재산을 증여했다 하더라도 수증자(증여 받은자)가 증여한 자에게 은혜를 원수로 갚을 때에는 증여자를 보호하려는 것이 법의 정신이므로 증여를 취소, 해제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사유는 다음 두가지 입니다.
1. 수증자가 증여자나 그 배우자에 대해 범죄행위가 있는 때이고 그 법죄행위의 내용은 묻지 않습니다.
2. 수증자가 증여자를 부양 할 의무(도덕상의 의무가 아닌 법률상의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 때입니다.
김근면씨는 김망덕씨를 상대로 증여계약을 해제하고 파양하는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법과 도덕은 서로 다른 사회 규범이지만, 때로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 사례와 같이 도덕적 배은 망덕한 행위는 물론 폭행까지 하였으므로 정답은 1번 입니다.
이런 사례가 주위에서 가끔 발생하고 있기에 참고하시라고 올려 드렸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증여자가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법적조치를 취해야 하고 용서를 해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민법 제 556조 수증자의 행위와 증여의 해제
1.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하여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때에는 증여자는 그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
1)증여자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 혈족에 대한 범죄행위가 있는 때.
2)증여자에 대하여 부양의무 있는 경우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
2. 전항의 해제권은 해제원인 있음을 안 날로부터 6월을 경과하거나 증여자가 수증자에 대하여 용서의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소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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