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수년 동안 농협의 이사장 일을 봐온 갑은 그 주변에서도 소문난 부자로서 모두들 선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갑에게도 한 가지 자식 복은 없었는지 나이 50세가 넘도록 자식이 없었습니다.
갑은 그도 팔자려니 생각하고 무자식으로 살기로 작정했었는데 나이 50세가 넘어 기다리뎐 자식 하나를 갖게 되었다는군요. 갑은 그 자식을 금이야, 옥이야 기르게 되었고 막 19세가 될 무렵 급한 마음에 결혼을 시켜 버렸습니다.
그런데 이 늦게 둔 자식은 하라는 공부는 외면하고 매일같이 술과 계집으로 방탕하기 말할 수 없었으며 용돈을 주지 않으면 심지어는 부모에게 폭행까지 일삼았다니 차라리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이럴 때 두고 하는 말이 아닐런지요.
바람난 자식은 노부모가 돈을 주지 않자 몰래 갑의 인감도장과 주민등록증, 그리고 갑의 재산중 가장 값이 비싼 밭 20마지기 등기권리증을 훔쳐 평소 갑이 이 밭을 팔아달라고 부탁했던 중개사를 찾아 갔었다고 합니다.
자식은 중개사에게 "아버지가 위독하여 자신이 직접 계약을 하려고 하니 급히 밭을 팔아 달라"고 거짓말을 한 후 그 밭을 을에게 팔아넘겨 버렸고 처를 버려둔둔 체 애인과 같이 하와이로 가버렸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늦게야 알게 된 갑은 중개사와 을을 찾아가 아직 미성년자인 자식의 매매계약을 취소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중개사나 을은 기가 막혀 어찌할 줄을 몰랐습니다. 어떻게 될까요?
1. 미성년자의 법률행위이기 때문에 부모인 갑은 취소할 수 있다.
2. 갑의 동의가 있었다고 속였으므로 갑이 나중에 취소할 수 없다.
3. 매수인인 을이 동의하지 않는 한 취소할 수 없다.
4. 미성년자라도 결혼을 했으므로 취소할 수없다.
5. 자식은 그때 갑의 위임장까지 다 만들어 왔으므로 취소할 수 없다.
해설
미성년자는 문자 그대로 "만 20세 미만의 사람"으로서 미성년자가 매매계약과 같은 법률행위를 할 때에는 부모, 즉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입니다.
동의없는 법률행위는 법정대리인이 취소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민법에서는 혼인을 한 미성년자는 부부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과 독자적 생활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아 성년으로 간주하게 돼 있습니다.
따라서 미성년자가 결혼을 하게 되면 누구의 동의 없이도 법률행위를 할 수 있으므로 부모도 취소가 불가능 한 것입니다. 민법에서는 미성년자라도 결혼하면 성년, 즉 어른으로 대접을 한다는 뜻입니다.
결국 현행 민법상 성년에 달하면 부모의 동의 없이 자유롭게 약혼도 할 수 있고, 혼인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성년자의 행위라 하더라도 미성년자가 상대방을 믿게 하기 위하여 사술을 썼다면 그 행위를 취소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위 문제에서는 아들이 아버지 몰래 아버지의 재산을 처분한 게 문제이고 처분과정에 거짓말이 들어 있다는 대목이 문제거리로 등장하게 됀다고 봐야 하겠지요.
즉, 서류를 위조해서 마치 진정히 성립된 서류인양 제시했다거나, 인감증명을 사용하여 위임장을 만들어서 상대방을 믿게 했다거나 허위의 증인을 세워(병원에 입원했다고 하면서 간호사 옷을 입은 간호사를 데리고 온다거나) 그 속임수가 고도에 달했을 때에는 비록 미성년자의 행위라도 이를 취소할 수 없는 것입니다.
위 사안에서 자식은 부모의 인감증명과 주민등록증, 등기권리증을 훔쳐 동사무소에 가서 관계 서류를 모두 발부받은 다음 마치 자신이 갑의 위임을 받은 양 행세하였으므로 미성년자의 행위라도 갑이 나중에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볼 것입니다.
민법조문
민법제 17조 (무능력자의 사술)
1) 무능력자가 사술로서 능력자로 믿게 한 때에는 그 행위를 취소하지 못한다.
2) 미성년자나 한정치산자가 사술로서 법정대리인의 동의 있는 것으로 믿게한 때에도 전항과 같다.
판례
대법원 1971. 12. 4. 71다 2045
상대방이 미성년자의 취소권을 배제하기 위하여 민법 제 17조의 미성년자인 원고가 사술을 썻다고 주장하는 때에는 그 주장자인 상대방측에 그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다.
이른바 무능력자가 사술로서 능력자로 믿게한 때에 있어서의 사술을 쓴 것이라 함은 적극적으로 사기수단을 쓴 것을 말하는 것이고 단순한 자기가 능력자라 사언함은 사술을 쓴 것이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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