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에 따라 나는 얼굴색이 변하고
삶기는 문어는 붉고
화가 난 것이 틀림없어
모든 다리가 바깥으로 뻗어나간다
사화산의 화산구처럼
빨판은 아무것도 끌어당기지 않고
걸으면서 나는 생각을 하고
너그러워진다
뼈 없이 걷는다면
무엇이든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
삐걱거리지 않고 늙을 수 있어
이런 생각을 하고 걸으면서
나를 모르는 나의 다리들이
바깥쪽으로 쉴 새 없이
뻗어나간다
내가 생각하는 비극의 장면에는
어딘가로
누군가에게로
걸어가는
사람
걷다가 걷다가 희미해져 잘 잡히지 않는 뒷모습이 있다
[양들의 사회학],문학과지성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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