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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머리와 다리 사이 / 김지녀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19.06.22|조회수163 목록 댓글 0

 

 

기분에 따라 나는 얼굴색이 변하고

삶기는 문어는 붉고

화가 난 것이 틀림없어

모든 다리가 바깥으로 뻗어나간다

사화산의 화산구처럼

빨판은 아무것도 끌어당기지 않고

 

걸으면서 나는 생각을 하고

너그러워진다

뼈 없이 걷는다면

무엇이든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

삐걱거리지 않고 늙을 수 있어

 

이런 생각을 하고 걸으면서

나를 모르는 나의 다리들이

바깥쪽으로 쉴 새 없이

뻗어나간다

 

내가 생각하는 비극의 장면에는

어딘가로

누군가에게로

걸어가는

사람

 

걷다가 걷다가 희미해져 잘 잡히지 않는 뒷모습이 있다

 

 

 

[양들의 사회학],문학과지성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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