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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진보합니다"_요12:1~26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22.11.20|조회수35 목록 댓글 0

왕이 될 사람에게 향 나는 기름을 부었습니다. 옛날 사무엘이 다윗에게 향 나는 기름을 부었고, 이후에도 왕이 될 사람들에게 제사장이나 선지자가 향 나는 기름을 부었습니다.

 

마리아가 향 나는 기름을 예수 발에 붓고 머리카락으로 씻습니다. 향 나는 기름을 붓는 건 예수가 왕이 될 사람이라 인정한 것입니다. 머리카락으로 씻는 건 예수를 향한 사랑과 순종을 고백한 것입니다.

 

제자였지만, 이미 예수에게 마음을 접은 가룟 유다가 마리아를 혼냅니다. 향 나는 기름이 얼마나 비싼 건데, 낭비하냐구요. 가룟 유다가 보기에 예수는 왕이 될 마음이 없었거든요. 로마 군대를 제압하고, 꼭두각시 헤롯을 제거할 마음이 예수에겐 없다는 걸 확인했기에, 가룟유다는 향기름을 예수 발에 붓는 건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예수께서 평소에 귀히 여기는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나 향 기름을 쓰자고, 가룟 유다가 비아냥댑니다.

 

예수는 마리아가 향 기름을 붓고 머리카락으로 씻어주는 대로 가만두십니다. 예수는 어쩌면 진짜 왕이 되려는 것일까요? 마리아가 고백한 대로, 진지하게 비아냥대는 가룟 유다가 바라는 대로, 마음을 바꿔 꼭두각시 헤롯을 몰아내고 왕이 되려는 것일까요? 예수께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는 나의 장사 날에 쓰려고 간직한 것을 쓴 것이다.

 

유대 사람들은 기름으로 염했습니다. 무덤에 장사하기 전, 시신에 기름을 바르는 게 유대 풍습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왕이 되시려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희생 제물이 되겠다고 다시 말씀하십니다. 이어 예수께선 헤롯 따위를 죽이는 것보다, 스스로 땅에 떨어져 죽은 씨앗이 되겠다고 하십니다.

 

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서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열매를 많이 맺는다.

 

1980, 왕이 되려는 자가 있었습니다. 왕이 되려 광주 전라도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곤봉으로 때리고, 대검으로 찔러 사람을 죽였습니다. 5월 햇빛 아래 바닥에서 시신은 빨리 상했습니다. 그 시신의 피 묻은 얼굴과 몸을 닦아주던 수피아여고 3학년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시신의 발에 하얀 양말을 신겨주던 술집 종업원이 있었습니다. 땅에 떨어져 죽는 씨앗이 되겠다는 예수의 발에 향 나는 기름을 부어 장례를 준비하던 마리아와 닮았습니다.

 

죽을 줄 알지만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죽을 줄 알지만 금남로에서 소리치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죽을 줄 알지만 도청 지하 폭약 창고를 지키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죽을 줄 알지만 피 흘린 사람들을 차마 떠나지 못했던 청년들이 있습니다. 예수를 닮았습니다.

 

스스로 희생 제물이 되어 씨앗으로 죽은 사람들 있어, 세상은 아름답고 역사는 진보합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들, 그러나 자기가 사람인 줄 알았던 사람들, 사람으로 사는 게 무엇이고, 사람이면 어떻게 죽어야는지 알았던 사람들, 그래서 죽음을 위해 시간과 마음과 돈을 깨뜨려 예수의 발에 부었던 사람들 있어,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진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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