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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차의 효능

작성자나도사랑을했으면|작성시간06.08.18|조회수32 목록 댓글 0

요즘 차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재밌네요. 예전에 제주도 오'설록 박물관을 들렸다가『삼국사기』에 나오는 구다국(句茶國)이 차와 관련이 있다, 는 패널을 보고(물론 박물관측은 아무런 설명이 없었지만) 차에 대해서 흥미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5월 27일이니까 두달 조금 더 전이었네요. 그렇게 시작한 차에 대한 공부는 저를 더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발해 관련 스터디때 연구주제로 차에 대해서 써 보려고 마음먹었던 거고요.
ㅋ 그나저나 시작은 막상 했는데...자료를 찾아서 볼수록 미궁에 빠져드는거 같아서 조금 두렵기도 하네요. 제가 추론한 결론이 안 나오면 어쩌나 하고 말이죠. ^^

 

암튼 요새 정말 재밌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뭔가 하나에 빠져서 공부한지 오래되서 기분이 좋네요. 지난 학기에 가야의 제철집단에 대한 글을 쓰느라 가야와 철기문화 관련된 공부를 닥치는 대로 한달여간 했었는데 그때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지금까지 공부했던 것과 전혀 다른 분야에 대해서 공부를 하다보니 새로운 것도 많고 모르는 것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두렵기도 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재밌으니까, 나중에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훗날 제게 많은 도움이 될 듯 싶습니다.

 

어차피 다이어트도 할겸 이제부터는 애주가(愛酒家)가 아니라 애차가(愛茶家)가 한번 되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ㅋㅋㅋㅋ 차가 이렇게 몸에 좋은지 전혀 몰랐네요. 그리고 차에 대한 개념이나 차에 대한 각종 상식들이 이렇게 풍부한지 몰랐습니다. 닥치는대로 책이나 논문을 보고 있는데 어딜가나 새로운 내용들 뿐이어서 좋습니다. 스터디때까지 결과는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오늘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喫茶養生記』라는 책에 좋은 내용이 수록되어 있어서 몇자 옮기기 위해서입니다. 이것은 일본의 다조(茶祖)라 불리는 영서선사(1141~1215)의 저서로서 일본 최초의 다서(茶書)라고 할 수 있지요. 끽다법, 즉 차를 마시는 법과 그것을 마실때의 효능 등 여러가지 분야에 대해서 쓴 책입니다. 내용도 재밌고요. 거기 이런 내용이 있네요.

 

1. 차라고 하는 것은 말대(후세)에 있어서의 양생의 선약이요, 사람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교묘한 수단이다. 산의 골짜기에서 다림(차숲)이 무성하게 자라는 곳은 신비하고도 신령스러운 땅이요, 사람이 차를 채취하여 마시면 그 사람들의 생명은 연장된다.     『喫茶養生記』권上「序文」.

 

2. 심장을 건강하게 하는 방법은 차를 마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喫茶養生記』권上「序文」.

 

3.『宋錄』에는 "이것은 감로(甘露)다. 어찌 (쓴) 차 따위로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喫茶養生記』권上「三者 明功能章」.

 

4.『本草』에는 "차는 달고도 쓰며 미한(차갑기가 덜하다)하고 독이 없다. 이것을 마시면 종기도 생기지 않는다. 이뇨에도 좋고, 수면을 적게 하고 병이나 갈증을 없애고 숙식(사흘이나 닷새 동안 먹은 것이 위에 얹혀있는 상태)을 없게 한다."라고 하였다. 일체의 병은 숙식에서 발병한다. 숙식이 없어지므로 병이 없어진다.     『喫茶養生記』권上「三者 明功能章」.

 

5. 호거사의『食忌』에는 "차를 오래도록 복용하면 날개가 생겨 신선이 된다. 부추와 함께 먹으면 차의 효능은 없어지고 몸은 무어궈진다."라고 하였다.     『喫茶養生記』권上「三者 明功能章」.

 

6. 술을 마시면 목이 마르고 무엇인가 마시고 싶어진다. 그럴때에는 오직 차를 마시고 다른 끓은 물을 마셔서는 안 된다. 다른 끓인 물을 마시면 이런저런 병에 걸리기 때문이다.     『喫茶養生記』권上「三者 明功能章」.

 

대강 이 정도가 있겠네요. 어떻습니까? 저도 차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는데...이제부터는 정말 잘 챙겨 먹어야 겠습니다. 이것말고도 차의 일반적인 효능 중 유일한 단점으로 꼽는 것이 잠을 못 자게 하고, 몸을 마르게 한다는 것이라 하니 오히려 요즘으로 치면 최고의 효과를 지닌 음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분야는 식물고고학쪽에서 어떻게 연구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닐까 합니다. 아직까지 차 관련된 논문이나 책을 주욱 봤지만 일반적인 문헌사학자, 한문학자, 혹은 육종학자가 대부분 이 부분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지 식물고고학자가 이 부분에 있어서 연구한 것은 못 봤네요. 물론 중국의 경우는 식물고고학 분야에서 차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것 같은데 말이죠.

 

고고학적으로 차의 원산지는 운귀고원, 즉 지금 운남성과 귀주성 일대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우리나라 식물고고학 자료를 찾으려고 하니 영 힘드네요. 대부분 중국의 연구성과 같고 말이죠. 차를 통해서 그 나라, 혹은 그 민족의 문화를 알 수가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런 분야에 대한 연구 성과 또한 활발하게 연구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습니까? 식물고고학하는 김서정 학형~이 정도면 한번 연구해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또한 역사고고학하는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고구려 왕릉에서 떡차(덩어리 형태의 차)가 발견된 적이 있다는 논문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관련 자료들을 찾아봤으나 수백편의 고구려 관련 논문 중에서 차 유물이 발견되었다는 건 없더군요. 지금 이 자료가 조금 급한데 말이죠. 혹시 갖고 계신 분은 제게 바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 암튼, 어떤 한 분야를 공부하는데 있어서 그 분야의 공부만 하는 것은 그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밖에 안 되는 겁니다. 어떤 역사든지간에, 어떤 분야든지간에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킨 관계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절대로 안 될 겁니다.

 

예를 한번 들어볼까요. 말이 또 길어지는데...

 

제가 지금 차에 대해서 공부를 하려 합니다.
그래서 식물고고학 관련 자료를 구하질 못해 육종학 관련 자료를 찾았고, 결국 식물도감까지 구해보고 있습니다. 더불어 한국차학회 논문들을 검색하는 것은 물론이요, 의약학 관련 논문들도 검색하고 있습니다. 차가 애초에는 단순한 식음료가 아니라 약으로 쓰였으니까요. 고분벽화 자료들은 물론이요, 차를 담아먹었던 다구들 때문에 자기에 대한 부분도 공부하고 있고, 차를 끓였던 부뚜막과 시루 등에 대해서도 자료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어떻게 달랑 차나무 하나만 갖고 공부가 끝났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어떤 선배가 그러더군요. 저기는 성곽 전문이라서 토기는 관심없다고 말이죠.
성곽에 쳐박혀있는 돌덩이는 연대편년에 아무런 도움도 주질 못 합니다. 게다가 성곽에서 중요한 것은 성의 크기나 형태뿐만 아니라 그 성곽 안에 대체 무엇이 있었는지겠지요. 그렇게 봤을때 토기는 가장 중요한 표지유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얘기를 하더군요. 물론 선배니까 제가 참견할 필요는 없겠지만요. 성곽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제가 아는 한 건축학 관련 자료는 물론이고 산세와 풍수도 볼 줄 알아야만 합니다. 그리고 프로페셔널한 군사학이나 전쟁사에 대해서도 능통해야만 하겠죠. 지리학이나 지정학쪽 자료 역시 무시할 수는 없겠구요, 문헌사료는 당연히 기본이겠죠. 성곽에 대해서 공부한다고 성만 달랑 공부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주변에 공부할 껀 진짜 지천에 널렸는데...
그걸 막상 하려는 사람이 없는 겁니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그렇게 애초에 시작하는 사람이 없으니 그 뒤의 후학들은 외국 자료를 찾아 헤매야만 하고, 늘 자료가 없음을 안타까워하는 것이 아닐까요? 정말 속상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이번에 차에 대한 자료를 찾으면서 또 한번 절실하게 느꼈지요.

 

한주가 시작되었습니다.
날씨도 덥고 불쾌지수도 올라가는 지금, 슬럼프에 빠졌다 고민하지 말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길 바랍니다. 공부가 뭐 별겁니까? 내가 하고 싶은거, 재밌게 즐기는 것이 공부지 억지로 외워가며 하는건 공부가 아닙니다. ^^ 그럼 전 휴가 잘 보내고 갈테니 별탈없이 연구소에서도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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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고고학 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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