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소가 되새김질을 하며 여유롭게 고개를 돌렸다.
입가엔 지푸라기가 건등거렸고,
지푸라기엔 어미소의 입에서 생산된 거품섞인 침이 끈적거리며 흘러내렸다.
어미소는 무릎을 굽힌 채 퍼진 배를 불렸다가 꺼졌다를 반복했다.
누구의 꽁지머리보다도 긴 꼬리는 다듬지 않아 군데 군데 꼬였지만
제멋대로 자신의 몸통을 투덕였다.
소에 기생하는 쇠파리들이 소가 꼬리를 휘두를 때마다 우왕좌왕하며 괴성을 질렀다.
옆에서 지푸라기 씹는 연습을 하던 어린 송아지가 파리들의 괴성에 살짝 눈동자를 돌렸다.
어미소는 눈동자를 안돌리고 고개 만 돌리지만 송아지는 하던 짓을 계속하면서
눈동자로 곁눈질 하는 것이 참 신기롭기만 하다.
어린 송아지는 어미 곁을 떠나지 않는다.
사람이 접근하면 어미소에 매달려 동그란 눈으로 '어쩔건데!'란 표정을 짖는다.
어미소의 네 다리 안에서 어미소의 젓을 빨 때면 왕눈을 돌리며 경계의 끈을 놓지 않는다.
얄밉기 그지없다. 친하고 싶고 만져보고 싶지만 하락하지 않는다.
응큼하고 의심하는 것이 중국인과 같이 얄미운 놈이다.
하지만 호기심도 많다. 호기심이라기보다는 어미소에게서 전수받고자하는 생활의 지혜가 맞을 것이다.
어미소의 먹는 모습을 흉내내고 즐겨먹는 여물이나 풀에 상당한 호기심을 갖는다.
하지만 어린 것이 모든 것을 따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송아지가 머리통으로 어미소에게 투정이나 부리면서 젓이나 빨 줄 알지
어디 콩깍지는 고사하고 배춧닢조차 씹기나 하겠는가.
아이들이 어른들 먹는 소주와 청량고추를 입에 넣었다가 인상을 있는대로 쓰며
퉤퉤거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린 송아지도 퉤퉤하며 음식의 적령기를 따지며 살아간다.
송아지가 지푸라기를 씹는 모습은 가관이 아니다.
짚을 한 입 물고는 턱을 좌우로 틀며 씹는 시늉을 한다지만
지푸라기는 한 올도 넘기지 못하고 옆으로 흘린다.
입 안에 지푸라기가 있는양 오물거리지만 입 안은 텅 비어있다.
어린 송아지의 이런 모습은 돌이 막 지난 손자녀석의 재롱과 다를 바가 없다.
의젓한 손자녀석이요 응큼한 손자녀석이 따로 없다.
아재는 송아지가 이뻐죽는다.
요런 이쁜 송아지를 생각하자니 어찌 한우가 목구녕으로 넘어간단 말이더냐!
오늘 저녁은 청국장이나 먹어야겠다!
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수줍은하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0.06.26 소의 잔잔한 미소 보셨습니까?
쇠부러쉬로 등을 긁어주면 아주 좋아해요.
누가 긁어주는지 기억이라도 할려는지 잔잔하게 미소를 뿌리며 몸에 기댄답니다.
에이효... 오늘도 감자와 풋고추로 때워야겠당
오늘도 기쁨 가득, 행복 가득이요~~~^^ -
작성자함빡미소 작성시간 20.06.25 시골생활을 해보지 않은 저는 글을보며 어미소와 아기소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후배가 자기남편하고 선볼때 남편의 눈이 선한 소의 눈과 같아 결혼을 결심했다고 해서 웃은적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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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수줍은하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0.06.26 모든 동물은 눈에서 성격이 나오나봐요.
소의 눈망울을 보면 소의 성격을 알듯이...^^
미소님께 행복을 드립니다~^^ -
작성자애노 작성시간 20.06.26 저도 태어난지 일주일된 송아지 본적이 있어요 시골고향 간 김에
초등동창에게 고추사러갔더니
송아지 피부랄수있는 노르스럼한 털이 보드라워 만져도 봤습니다 어찌나 귀여운지 축사를 떠나질 못했어요 기가 막히게 예쁘더군요
친구가 너 고추사러 온거맞느냐 놀리더군요 -
답댓글 작성자수줍은하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0.06.26 한마디로 이뻐 죽죠.^^
가까이에서 봐야만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흠이지만...
우리동네는 성행하는 닭갈비 군락지와 더덕 더덕 밀집된 우사로 인해
짬뽕냄새가 진동을 한답니다.
닭갈비 동네는 구수하고 우사 동네는 살 곳이 못되지요.
소들의 울음소리가 시끄럽더라도, 냄새가 고약하더라도
가끔 우사를 배회하며 소들의 일생을 바라보면서 위안을 가져보네요.
송아지는 너무 귀엽고 참 이뻐요^^
애노님도 이쁜 하루 맹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