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일생은 아주 길다
어려서부터 천천히 성장한다
어렸을 적 빠른 여울 같던 마음이
다 큰 뒤에는 무겁고 깊은 영혼으로 변한다
사람의 일생도 무척이나 길다
구불구불 기복을 반복한다
어렸을 때는 총총히 꾸린 행장이었다가
나이가 들면 멈춰 있는 구름의 모습만 가득하다
하늘빛 아래 길고 긴 일생에
얼마나 많은 슬픔과 서글픔이 있었던가
산봉우리가 갑자기 깎아지른 절벽을 만나고
물줄기들이 서로 다툰 뒤에 소용돌이를 이루는 것 같다
아, 젊을 때는 몰랐던가?
강가에 홀로 한가롭게 버려져 있는
작은 배처럼
생명이 번뇌와 우울을 감추고 있다는 것을
달이 물처럼 아름다울 때면
길고 긴 강줄기는 아름답고 낭만적인 곡선이 되고
검은 머리칼은 별하늘에
부드럽고 옥 같던 피부와 얼굴을 비쳤는데
이제 늙고 나니
후회되지 않는가?
맨 처음 바다를 향해 노를 내밀었을 때는
꿈을 저어 산림으로 돌아오진 않았을 텐데
[옷 안에 사는 여자],에디터, 2016. 김태성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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