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첨벙*
고훈실
누군가 수면을 향해 뛰어 내린다
물의 다리들이 순식간 허공에 자라고
다리는 소리와 충돌한다
출렁이는 물의 체위
흔들리는 노란 다이빙 플랫폼
물은 제 안으로 다리를 꺽는다
첨벙,보다 먼저 들어 올렸던 다리들
소리 보다 먼저 소리의 장례를 치른다
생의 수면은 다시 태몽을 꾸고
첨벙, 물이 뱉어 낸 소리에 그림자가
어깨를 움츠린다
일렁이는 수면, 곧 지워질 물의 타박상
첨벙, 소리를 끝낸 수면을 향해 누군가 또
다이빙을 꿈꾼다
그것은 소리의 자의식을 난타하는 일
이음새가 떨어진 다리들이 마구잡이로 뛰어다니는 꿈
혹은 물의 생식력을 은폐하는 일
물에 뛰어 드는 순간
깊고 푸른 소리를 조심해야 한다
아주 투명한 방식으로 가격하는
첨벙,
생의 표면에 흉터를 남긴다
*데이비드 호크니 그림
동리목월 2019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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