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무이 사는 맛
손자녀석 배알이 꼬였네
아예 길바닥에 누워버렸네
어이쿠 무시라
아들녀석 땅떼기 팔자며
애꿎게 지 마누라 잡네
어이쿠 무시라
서방이고 너방이고
담배 끊으라니 가재미 눈깔을 해갖고...
어이쿠야 무시라 무시라
그래도,
보채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닌 거여
떼를 안쓰면 무슨 재미로 살겄는가
서방과도 다툼이 있어야 맛깔 나지 암만!
*돌아가셨지만 대차게 사시던 우리 어머니*
어머니 생각에 겨울에 있었던 이야기지만
잔나비 방에 올렸던 수필 글을 아래에 붙여봅니다^^
운동하
수필 / 수줍은 하늘
골덴바지에 도꼬마리 붙듯 엄마의 치마에 매달렸다.
엄마의 치마를 온 몸으로 휘 감으며 발도 굴러보았지만 엄마께선 꿈적도 하지 않으셨다.
나는 운동화가 그토록 갖고싶었다.
다른 아이들은 대부분 운동화를 신었지만 나는 말표도 아닌 잡표의 검정 고무신이었다.
다들 자랑질을 할 때면 나는 발을 숨기고저 아이들의 뒤에 숨곤했다.
운동화를 자랑하며 제기를 차는 밴댕이의 모습은 환상적이었다.
고무신이 벗겨져 나는 열번도 찰 수 없던 제기를 밴댕이는 서른 번도 가볍게 넘겼다.
나는 엄마께서 사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난공불락이었다. 확, 치마라도 벗길 것처럼 엄마께 매달렸다.
" 아 이놈이~! 치마 벗겨져 이놈아~"
" 그러니까 나 운동화...사달란 말이야~"
나는 엉덩이 도리질과 함께 온 몸을 흔들어댔다.
엄마의 겉치마가 술술 벗겨질 낌새였는지 엄마께서 치마를 잡아채셨다.
한 손으로는 나의 팔을 떼려고 안간 힘을 쓰셨다.
" 5학년 올라가면 사준대도 얘가 ?..."
" 지금 사줘 엄마야~~~응?"
" 싫어! 방학 때라 안돼! 새학년 올라가면 사줄께. 이 치마 놓지 못해?"
" 에이!...나, 밥 안먹을 거야~ "
" 어휴... 저 찰거머리 같은 녀석..."
" 몰라......씨..."
무엇이든 잘 사주시던 어머니께서 운동화만큼은 어림도 없었다.
개학도 하기 전에 망가뜨릴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가끔 제기 찰 때만 신고 고이 모셔둔단 말은, 팥으로 메주를 쑨다는 말과도 같았다.
엄마께선 단호하셨다. 기 싸움은 팽팽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나의 단식 협박에도 엄마께선 콧방귀로 응수할 뿐 말씀이 없으셨다.
내가 지치기 만을 기다리는 눈치셨다.
" 엄마 엄마~ "
" 왜그래? 또 운동화 타령 할려구?"
" 음~~운동화 사 주면 엄마 소원 한가지 들어줄께. 그럼 안돼?"
" 이 엄마는 상민이한테 그만한 소원이 없는데 어떡하나?"
" 에이~ 뭐라도 얘기해봐. 다 들어주께."
" 그래? 그럼 운동화 사달라고 하기 없기! 됐지?"
" 어? 그건 나의 조건이잖아. 그 거 빼고..."
엄마와의 기 싸움은 항상 나의 패배로 끝이 났다.
그럴수록 운동화에 대한 집착은 커져만 갔다.
병아리를 품던 꼬꼬녀석마저도 나의 심술을 감지했는지 경계를 늦추지 않았고,
소들도 뒷발질을 해대며 접근을 막았다.
마지막 수단은 예쁜 동생밖에 없었다. 동생을 꼬득여서라도 운동화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는 없었다.
" 오빠가 피리 만들어줄까?"
" 응. 만드어 줘."
" 그럼 엄마한테 이 오빠 운동화 사주라 그래. 그럼 근사하게 만들어 주께."
" 응. 알아쩌."
..........
" 엄마~~"
" 왜불렀어? 우리 공주께서?"
" 음...있잖아...오빠 신발 사저. 운덩하..."
" 오빠가 시키든?"
" 응. 오빠가..."
다섯살배기를 시킨 것이 잘못이었다.
엄마의 꾸지람은 곱배기로 메아리쳤고, 동생마저 훈육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더이상 방법이 없었다.
밥상에 앉아서도 깰짝거렸고, 앞마당에서도 돌맹이를 걷어차는 좋지않은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주일이 꾸덕 꾸덕 흘러갔다.
통고무신을 발 끝에 걸어 지붕 꼭대기로 날려보내는 것도 하나의 습관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고무신을 찢거나 몰래 버릴 수는 없었다. 고무신은 어느새 애물단지로 변했다.
하늘에서 함박눈이 하얗게 쏟아지는 겨울 밤, 메퀘한 짚단 태운 냄새가 코 끝으로 번져왔다.
아궁이의 군불은 구들을 통해 배와 가슴에 전해지고 있었다.
엄마는 6형제를 키 큰 순서대로 잠을 재웠다.
호야에선 이따금 검은 그을음이 한석봉의 붓놀림을 흉내내고 있었고,
어디선가 동네 형이 앙꼬모찌에 리듬과 멜로디를 넣고 있었다.
읍내에 나가셨던 아버지께서 오셨는지 탁탁 눈을 터는 소리가 잠결에 들려왔다.
" 이제 오세요? 미끄럽지 않았어요?"
" 눈이 제법 오네.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겠어. 눈이 많이 쌓였는 걸..."
" 그런데 그건 뭐예요?"
" 어. 상민이 운동화야. 애가 요즘 밥도 잘 안먹는 것 같고해서...저번 때 당신이 그랬잖아.
상민이가 운동화를 사주기 전까지는 밥을 안먹을 거라 했다고...그리고 딴 애들 것도 하나씩 사왔어.
상민이 먹일려고 원기소도 한 통 샀고...며칠 있으면 설이니 설빔겸 해서..."
" 잘하셨네요. 그렇찮아도 말씀을 드릴려고 그랬는데...고마워요 여보."
" 허 허 허... 그런데, 뭘 그리 허우. 그만 잡시다..."
형과 누나, 그리고 동생들은 잘런지 몰라도 나는 들었던 잠에서 깨어있었다.
분명히 상민이란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잠귀가 밝았던 나였으니 자는 척만 할 뿐이었다.
장에서 돌아오신 아버지와 뜨게질하시는 어머니의 다감한 대화에 끼어들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나를 위해 원기소를 사왔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베갯닛이 젖어들었다.
멀리서 형들의 앙꼬모찌 멜로디가 가늘게 들려오고 있었고,
어머니께서 이불을 덮어주는 것을 등 너머로 느낄 수가 있었다.
다음날 아침,
소풍을 가기 전 날도 이렇지는 않았다.
문풍지를 가볍게 울리는 바람소리는 여름날 밤 여치의 노랫소리보다도 아름다웠고,
문 틈으로 솔솔 스며드는 찬 바람도 한 여름에 땀을 식혀주던 비바람보다 시원했다.
손을 뻣으면 닿을 듯한 내 운동화, 나의 손은 운동화를 만지고싶어 안달이 났다.
꼼지락대는 나의 손을 억누르며 잠을 청하지만 좀처럼 잠이 오질 않았다.
내 운동화! 문 살 틈으로 창호지를 뚫고 들어오는 여명의 예시, 하얀색으로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순간 아버지께서 운동화를 놓았을 법한 머리맡을 휘이 저어보았다. 없다. 어? 이럴 수가 없었다.
혹시 동생이 숨겼을지도 몰라 옆을 보았지만 동생은 여전히 새근거리고 있었고,
나의 부시렁소리에 한 손을 얼굴에 가져가 얼굴을 문대더니 다시 곤한 모습을 취했다.
이런! 자리에 일어나던 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운동화는 나의 두 발 사이에서 나와 함께 잠을 잤던 것이다.
하지만 기억 속은 머리맡의 운동화를 잡아보기 위해 손을 뻣었던 것이 전부였다.
순백의 대지, 온통 하얀색이다. 화단의 나목들이 백엽가지를 자랑하며 두툼한 옷을 입었다.
장독대에도, 우물가의 세숫대야에도, 흙담에도 하얀 눈이 소담스럽게 앉았다.
대추나무에선 이른 아침이건만 참새들이 책책거린다.
눈이 온 대지를 덮어버려 먹을 것이 없다고 좌충우돌하는 것이 분명하다.
눈을 그리도 좋아하던 멍돌이는 엄두가 안나는지 마당을 딛지 못한다.
" 왜? 더 자지 않고!?"
" 아부지랑 눈 치울려구요."
" 옆구리에 끼고 있는게 뭐냐? 운동화구나... 잘 맞든?"
" 네. 아부지."
" 허허 녀석...운동화는 땅이 마르면 신거라 상민아."
동생들과 형, 그리고 누나는 새 양말을 받았다.
나는 입을 삐죽 내밀며 형제들에게 자랑을 서슴치 않았는데,
그럴 때마다 누나와 형은 의미도 알 수 없는 미소와 함께 나에게 꿀밤을 선사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난 신이 났다. 눈이 녹기 전까지는 운동화를 신고 방과 마루를 오가곤 했다.
마루에서 제기도 차보았다. 운동화를 신고 제기를 차던 밴댕이의 모습이 환상적일 것도 없었다.
처마에선 고드름이 점점 작아지며 땅을 향해 콕콕 쪼고 있었고,
설이 오면 때때옷을 입을 것이라며 막내가 손가락을 쥐락 펴락 셈을 세기에 바빴다.
드디어 설날이 찾아왔다. 우리의 설이 아니고 까치들의 설날이다.
나는 운동화를 신고 땅을 밟지 않았다.
설날에 신을 것이라며 다락방에 모셔두었다가는 가끔 마루에 앉아 신어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까치들이 유난을 떠는 그들의 설날,
밤나무 꼭대기에 까치 한 쌍이 앉아 도리도리 짝짝꿍과 쌤쌤쌤 놀이에 여념이 없다.
덕담을 주고받는 그들이 마냥 평화롭게만 보였다.
나는 설날 아침 운동화부터 신고 봤다.
내복바람에 운동화를 신었지만 내복사이의 오줌구멍이 넓어졌다는 것은 의식조차 하지 못했다.
운동화만 요리조리 틀면서 볼 뿐이었다.
" 운동화가 그렇게 좋으냐?"
" 네에"
난, 내복바람으로 마루에 나가 산머리를 딛고 솟구치는 태양을 보며 소리쳤다.
두 손을 들고 태양을 받아 안을 듯이 소리를 질렀다. ......하~~~품~~
배꼽만 삐꼼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었다.
아래 내복 사이에서도 세상을 구경하겠다고 붉은 꼬치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막내 여동생이 나의 모습이 신기한듯 허리를 숙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 지루하진 않으셨나요? ^^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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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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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수줍은하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0.06.28 막내가 되기 싫어 경로당은 아직 사절합니다.
80은 넘겨야... 기웃거리게 될지...지금은 그럴 생각입니다.
ㅎㅎㅎ
옛날엔 한 벌의 내복으로 한겨울울 났잖아요.
무릎은 튀어나오고
오줌 구녕은 자주 열다보니 머...
아무튼 동생 지지배가 고개를 숙이며 얼굴을 돌리는데 아놔! 뜨악!
꿀밤으로 대답을 했다네요.
고아가 되어버린 지금은 형제들 밖에 없으니...
그 시절을 떠올리며 자주 안부를 묻고 전합니다.
평안한 날, 행복한 날 되어요 슬기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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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수줍은하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0.06.29 가람슬기 한 번만 봐주세요. 슬기님아~~
아직 모임에 참석을 못한 터라
위와 아래를 모르고 천방지축 날뛰었네요.
앞으론 이쁜 동생으로 대할께요.
화 푸시고 오늘도 홧팅~~~^^ -
작성자꿈나그네 작성시간 20.06.28 수줍은하늘님의 얘기의 끝은 어디일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얘기만 많은 게 아니라,
한 번 얘기의 맥을 잡으면 얼마든지 이어나갈 능력이 있기 때문이니,
얘기 떨어질 걱정은 안 해도 되겠어라 . . ㅎㅎ
오늘도 재밌게 웃고 갑니다 ^&^ -
답댓글 작성자수줍은하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0.06.28 요즘의 근황은 나른한 편이기에 이야기가 많지 않아요.
다양한 손님들이 있지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해서 과거의 곡간을 자꾸만 뒤져보게 되는 것이지요.
글쓰기를 해보니 되든 안되든 매일 쓰는 것이 관건인 것 같아요.
저는 그 시절 연애편지를 많이 썼어요.
군에서는 대필도 많이 했고요. 대필 할 때는 꼭 내가 연애편지의 주인공인 듯한 착각도 일었지요. ㅎ
에구야....제가 쓸데없는 이야기를...여친이 보면 한바탕 뒤집어질텐데...
오늘도 기쁨 가득한 날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