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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우기 / 최문자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19.07.02|조회수142 목록 댓글 2

 

 

 

 오늘 비는 아무에게나 슬픔을 나눠 준다 우기에는 네 말이 옳았다 오래오래 젖다가 수채화 같은 슬픔이 온다는 말,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사과나무 가지 끝 풋사과 옆이 무너졌다 나도 저렇게 아픈 데를 씻다가 무너졌다 슬픔이 없다면 슬픈 게 여럿이던 나도 없을 것이다 내가 없다면 줄곧 믿어왔던 이 많은 책들과 수없이 눌렀던 어두운 버튼들, 맘에 내내 서 있던 사람 서랍 속의 흉터들 모두 혼자일 것이다 온 힘을 다해 저렇게 흠뻑 슬플 것이다 죽을 것처럼 들고 온 것들, 저렇게 말할 수 없어서 짧게 말할 수 없어서 슬픔은 머리카락이 길고 형용사처럼 영롱하다 우기에는 슬픈 게 슬픈 걸 찾아낸다 점 하나 없는 슬픔 언제 그칠까? 슬픔 곁을 개처럼 지키고 있다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민음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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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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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verde | 작성시간 19.07.02 "우리가" 인것 같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플로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7.02 예, verde님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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