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思慕 - 물의 안쪽 [문태준]

작성자JOOFE|작성시간19.06.26|조회수196 목록 댓글 4

思慕 - 물의 안쪽 [문태준]





바퀴가 굴러간다고 할 수 밖에

어디로든 갈 것 같은 물렁물렁한 바퀴

무릎은 있으나 물의 몸에는 뼈가 없네 뼈가 없으니

물소리를 맛있게 먹을 때 이(齒)는 감추시게

물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네

미끌미끌한 물의 속살 속으로

물을 열고 들어가 물을 닫고

하나의 돌같이 내 몸이 젖네

귀도 눈도 만지는 손도 혀도 사라지네

물속까지 들어오는 여린 볕처럼 살다 갔으면

물비늘처럼그대 눈빛에 잠시 어리다 갔으면

내가 예전에 한번도 만져보지 못했던

낮고 부드럽고 움직이는 고요


                     - 가재미, 문학과지성사,2006








* 오늘부터 비가 온다. 장마라는 얘기다.

어릴 때 집앞에는 개천이 흐르고 있었고

비가 많이 오면 넘칠듯 흘러가는 강물수준이었다.

야수처럼 흘러가는 물이나 얌전하게 흘러가는 물이나

혹은 처마에서 쉼없이 떨어지는 물이나

물은 많은 생각을 주고 떠나갔다.

저수지에서 찰랑거리는 평온과는 또다른 평안이다.

조금 젖을 때보다 온전히 다 젖었을 때 느끼는 평안 같은 거.


온몸으로 비를 만나고 물을 만나고

물 만난 물고기처럼 魚樂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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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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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JOOF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6.26 가재미눈 뜨고 시집 꽂힌 서가에서 문태준의 '가재미'를 골라내었다.
    첫장을 펴니 2008.10.11 플로우님,이라고 적혀 있다. 플로우님이 선물로 주신 거다.
    몇장 넘기니 '슬픈 샘이 하나 있다'라는 시에 62655,060812라는 숫자가 적혀 있다.
    아마도 2006년 8월 12일에 플로우님이 올린 시임에 틀림없다.
    선물로 받은 그날 어디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기억은 나지 않는다.
    선물, 감사합니다.^^*
  • 작성자JOOF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6.26 맹꽁이가 운다
    비를 두 손으로 받아 모으는 늦여름 밤
    맹꽁이는 울음주머니에서 물을 퍼내는 밑이 불룩한 바가지를 가졌다

    나는 내가 간직한 황홀한 폐허를 생각한다
    젖었다 마른 벽처럼 마르는
    흉측한 웅덩이

    가슴속에 저런 슬픈 샘이 하나 있다

    - 슬픈 샘이 하나 있다, 전문
  • 답댓글 작성자也獸 | 작성시간 19.06.27 야수처럼 흐르다 갑니다
  • 답댓글 작성자JOOF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6.28 也獸 낮고 부드럽게 흘러가는 고요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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