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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밀양 고동국 / 박서영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19.07.02|조회수222 목록 댓글 2

 

더운 날엔 차갑게

추운 날엔 따뜻하게 내놓는다는 고동국

 

비 내리는 일용일

식당 의자들은 비어 있었지만

나는 혼자 온 오십 대 여자와 합석을 했다

식당 주인이 엄마와 딸처럼 함께 앉아 먹으라며

상을 차려 내왔다

내가 그녀 앞에 수저를 놓아주자

그녀가 내 컵에 조용히 물을 따라준다

그녀와 나는 서로 먹는 속도를 맞춰주며

조금 비켜 앉아 국에 만 밥을 삼켰다

주인은 비가 내려 따뜻한 국을 내놓았다고 했지만

나는 예전의 끈적끈적하고 착잡한 맛이 그리웠다

차가운 고동국은 말 못할 사랑을 품고 있다

담백하고 희멀건 국물 속에는 열망처럼

새파란 부추들이 뒤섞여 있어

슬그머니 피해가며 서러움을 삼켜야 한다

한 끼니의 슬픔이여,

상동역에서 잠시 멈췄던 기차가

다시 출발하는 그 힘을 믿어보기로 하자

 

낯선 여자와 모녀처럼 앉아 여독을 푼다

두 개의 플라스틱 국그릇이

백야(白夜)의 태양처럼 식탁 위에 떠 있다

 

[좋은 구름]. 실천문학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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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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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JOOFE | 작성시간 19.07.03 나는 혼자 온 오십대 여자와 합석을 했다.
    조금 비켜 앉아 국에 만 밥을 삼켰다
    낯선 여자와 모녀처럼 앉아 여독을 푼다...

    고동국이 사람이름인 줄 알았네요.
    밀양역에서 KTX를 기다리느라 한참 앉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밀양 특산물이 없을까 두리번 거릴 때
    어떤 처녀가 빵을 팔고 있었는데 특산은 아니고 그냥 빵이어서 사진 않았는데
    파리를 날리며 책을 읽고 있었었죠.^^*
  • 답댓글 작성자플로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7.03 올렸던 밀양 고동국 전문이 왕창 날라가 열 받고 다시 올리다 보니 오타가 더 많아 졌습니다. 오타 없는 그 날까지 JOOFE님의 빨간 펜에 감사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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